고추 탄저병·역병
예방과 대처 방법
경기도 양평 · 100평 텃밭 · 고추 재배 7년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첫해 – 잘 자라던 고추가 장마 후 무너지다
7년 전 5월 초, 텃밭에 처음으로 고추를 심었다. 청양고추 모종 100주를 정식했는데, 그 해 고추가루 가격이 비싸다는 말을 듣고 잘 키워서 김장에 쓰겠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텃밭 첫해에 100주라는 숫자 자체가 욕심이었다.
5월 정식 후 7월 중순까지 정말 잘 자라줬어. 고추 모종을 심을 때 옆집 형님이 고추 농사는 쉽지 않다고 했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지나가면서 처음 키워보는 사람치고는 정말 잘 키운다는 말씀들을 해주시곤 했어. 내가 봐도 큼직막한 고추들이 얼마나 많이 달려 있던지,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거든. 그런데 7월 중순을 넘어 장마 기간에 접어들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고추 여기저기에 작은 반점 같은 게 한두 개 보이더니, 갈색과 검정색을 띠며 움푹 병들어 가는 게 보였다. 많이 달린 고추 중 몇 개 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병이 든 고추만 따내 버렸다. 그런데 이때부터가 진짜 문제였다.
탄저병이란 무엇인가 – 증상과 특징
고추 탄저병은 고추 농사를 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맞닥뜨리는 병이다. 한 번 발생하면 빠르게 번지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 고추 열매에 갈색·검정 반점 발생
- 반점이 타원형으로 점점 확대
- 움푹 파이며 썩기 시작
- 전염성 강함 – 인접 고추로 빠르게 확산
- 병균이 토양에 수년간 잠복
- 줄기 아랫부분이 갑자기 시들고 썩음
- 땅과 맞닿은 줄기 부위 갈색 변색
- 전체 포기가 급격히 쓰러짐
- 배수 불량 토양에서 특히 심함
- 발병 후 회복 거의 불가능
탄저병과 역병, 어떻게 구별할까?
탄저병은 주로 고추 열매에 반점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역병은 줄기 아랫부분, 특히 흙과 맞닿는 부위부터 시들고 무너진다. 탄저병은 열매에서 열매로 전파되고, 역병은 토양을 통해 뿌리로 침입한다. 증상이 다르므로 정확히 구별해야 올바른 약제를 선택할 수 있다.
3년의 실패 – 같은 실수를 반복한 이유
탄저병을 처음 만난 그해부터 3년 동안, 매년 고추 농사를 망쳤다. 매년 다르게 대처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왜였을까.
하루가 다르게 탄저병 증상의 고추가 여기저기서 보이는 거야. 누구는 탄저병 약을 비가 오기 전에 뿌리고 비가 그칠 때마다 계속 뿌려주면 된다고 하고, 소독약 과산화수소를 물에 희석해서 뿌리면 소독이 된다는 사람도 있고. 추천해주는 탄저병 약을 몇 가지 구입해서 열심히 뿌렸는데, 어떨 때는 약을 뿌리고 있는데 비가 오는 경우도 있었어. 하지만 결국 고추를 모두 뽑아버리고 말았지. 그 다음 해에도 또 같은 실수를 반복했고.
3년째 깨달은 것 – 예방이 전부다
3년차에 비닐 터널까지 만들어봤는데도 또 병이 왔을 때, 그제서야 근본적인 문제를 찾기 시작했어. 병이 발생했던 밭에는 병균이 몇 년 동안 토양에 잠복해 있기 때문에, 작물을 심기 전에 땅을 소독하고 다시 만들어줘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
또한 정식 후 주기적으로 살균제와 병해충 약을 살포해주고, 작물에 필요한 양분도 계획적으로 보충해줘야 한다는 것. 비가 올 때 비닐 멀칭을 통해 빗방울이 튀는 것을 막고, 방아다리 밑 잎사귀를 제거해주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치료가 아닌 예방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3년을 실패하면서 결국 배운 건 하나야. 고추 병해는 걸리고 나면 이미 늦다는 거야.
병든 포기는 아까워도 바로 뽑아야 한다
탄저병이 발생한 포기를 아까워서 뽑지 않고 버티면, 그 포기에서 나오는 포자가 빗물·바람을 타고 주변 포기로 퍼진다. 하루가 다르게 번지는 것이 탄저병이다. 발견 즉시 해당 포기째 뽑아서 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처리하는 것이 나머지 포기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3년의 실패가 이것 하나를 가르쳐줬다.
지금 실천하는 탄저병·역병 예방법
4년차 이후 실천하기 시작한 예방법이다.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이 방식으로 접근한 후 4년 동안 병으로 고추를 전부 포기한 적이 없다.
심기 전 토양 소독
탄저병이 발생했던 밭은 병균이 토양에 수년간 잠복한다. 다음 해 심기 전 토양 소독제를 사용하거나, 가능하면 재배 위치를 바꿔서 심는 윤작을 실시한다. 이것만으로도 발병률이 크게 줄어든다.
검정 멀칭 비닐 반드시 사용
비가 올 때 흙이 튀면서 토양 속 탄저병·역병균이 고추 열매와 줄기에 묻는다. 멀칭 비닐은 이 경로를 차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예방 수단이다. 고추 재배 시 멀칭 비닐은 필수다.
방아다리 아래 잎 제거
방아다리 아래 잎사귀는 통풍을 방해하고 빗물이 튈 때 오염 경로가 된다. 1번 방아다리 아래 잎을 깔끔하게 제거해주면 통풍이 개선되고 병 발생률이 낮아진다.
모종 간격 넉넉하게
촘촘하게 심으면 통풍이 막히고 습기가 쌓여 병이 퍼지기 좋은 환경이 된다. 50~55cm 간격을 지키는 것이 병해 예방의 기본이다.
정식 후 주기적 예방 살균제 살포
병이 발생하기 전부터 살균제를 주기적으로 살포한다. 장마 전부터 2~3주 간격으로 예방 차원에서 뿌려주는 것이 병이 생긴 후 뿌리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약제 번갈아 사용 (내성 예방)
같은 약제를 계속 사용하면 병균이 내성을 가질 수 있다. 탄저병용 약제와 역병용 약제를 구분하고, 계통이 다른 약제를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 좋다.
| 구분 | 탄저병 | 역병 |
|---|---|---|
| 주요 약제 | 만코제브, 프로피네브 계열 | 메탈락실, 디메토모르프 계열 |
| 살포 부위 | 고추 열매·잎 전체 | 줄기 하단, 토양 주변 |
| 핵심 예방 | 흙 튀김 차단 (멀칭), 통풍 확보 | 배수 개선, 과습 방지 |
| 발병 후 대처 | 발병 포기 즉시 제거 | 발병 포기 즉시 제거, 인접 포기 약제 집중 |
방제 타이밍 – 비 오기 전후가 핵심이다
약제 자체도 중요하지만, 언제 뿌리느냐가 효과를 결정한다. 3년간의 경험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 중 하나가 방제 타이밍이다.
전착제란?
약제와 함께 섞어 사용하는 보조제로, 약액이 식물 표면에 잘 달라붙도록 도와준다. 비가 와도 약효가 빨리 씻겨나가지 않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장마철처럼 비가 잦을 때 특히 유용하다. 농자재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4년째 병 없이 키우고 있다 – 그리고 다음 도전
물론 나는 전문 농가처럼 체계적이지는 않아. 내가 했던 방법들이 비효율적일 수도 있고. 하지만 그 이후 4년 동안 더 이상 병 때문에 고추를 다 뽑아버리는 일은 없었어. 병을 잡고 나니 작년부터는 고추 키우는 방법을 나름 연구 중이야. 작년에는 고추 키를 2m 50cm 정도까지 키워봤는데, 올해는 더 크게 키워볼 생각이야.
올해는 꼭 고추 수확 마지막에 고추대 몇 개를 캐서 화분에 심어 실내에서 겨울을 나볼까 생각 중이야. 유튜브에서 우연히 봤는데, 고추는 기후가 맞으면 여러해살이 식물이고 정말 나무처럼 키울 수 있다는 영상을 본 뒤로 정말 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거든. 이게 된다면 또 다른 고추 이야기를 써볼 생각이야.
고추 병해, 걸리고 나면 이미 늦습니다
탄저병이 보이면 아까워도 그 포기는 바로 뽑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멀칭 비닐, 통풍 관리, 비 전후 방제를 꾸준히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3년을 실패하고 나서야 알게 된 이 사실, 여러분은 처음부터 알고 시작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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